탈탄소 중심의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 중인 정유 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GS칼텍스·HD현대오일뱅크)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가 붙고 있다.
각 사는 불확실성 속 수익성 악화 돌파를 위해 탄소중립과 친환경 트렌드를 견인할 신사업 기반 마련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속가능항공유(SAF) 등 저탄소 친환경 신에너지 사업을 본격 개시한다.
SAF는 폐식용유와 동식물성 기름, 사탕수수 등 바이오 대체 연료를 사용해 생산한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보다 탄소 배출을 80%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무화가 추진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등의 경우 오는 2025년부터 수송용 바이오연료 의무 사용을 점진적으로 강화하는 중이다.
에쓰오일은 동∙식물성 유지 등 바이오 기반 원료를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하기 위해 정부에 신청한 실증을 위한 규제 특례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으로 에쓰오일은 향후 2년의 실증사업 기간 동∙식물성 유지 등 폐기물 기반 바이오 원료를 석유정제 공정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됐다. SAF·차세대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 기반 연료유와 나프타, 폴리프로필렌 등 바이오 기반 석유화학 원료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앞서 회사 측은 지난 7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실증 특례 샌드박스를 승인받은 바 있다. 이번에 바이오 연료까지도 승인을 따내면서 내년부터 저탄소 친환경 신에너지 사업에 본격 착수할 전망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바이오 기반 원료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새로운 대체 원료의 혼합 비율을 조정해 가면서 전체 제품 수율 변화와 공정 영향성을 평가해 친환경 제품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2027년까지 울산콤플렉스(울산CLX)에 SAF 생산 설비를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7월 미국 펄크럼 바이오에너지에 약 26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실제 회사 측은 바이오유, 항공유 원료인 폐식용유(UCO)를 공급하는 대경오앤티를 인수하며 바이오 연료 시장 공략 채비에 나서고 있다. 대경오앤티는 도축 부산물에서 나오는 동물성 지방과 음식점·식품 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를 바이오 연료의 원료로 공급하는 업체다.
이밖에 지난해 10월 액체연료 합성 공정 기술을 보유한 미국 인피니움에 투자하는 등 이퓨얼(e-fuel) 기술을 확보해 직접 생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화이트 바이오 사업의 로드맵을 세웠다. 1단계로 올해 대산 공장 1만㎡ 부지에 연산 13만 톤 규모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공장을 건설한다. 내년까지 대산 공장 내 일부 설비를 연산 50만 톤 규모 수소화 식물성 기름(HVO) 생산 설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3단계에서는 2026년까지 글리세린 등 화이트 바이오 부산물을 활용한 바이오 케미컬 사업을 추진한다.
GS칼텍스는 9월부터 3개월 간 대한항공과 함께 바이오항공유 시범 운항에 들어갔다. 인천발 로스엔젤레스(LA)행 화물기에 SAF를 2% 혼합한 항공유로 6차례 운항한다. 사용된 SAF는 핀란드 바이오연료 생산업체 네스테로부터 공급받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유사들이 바이오를 활용한 지속가능연료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로 산업 생태계의 체질 변화를 꼽는다. 불확실한 유가가 실적 변동성을 야기하는 만큼, 기존 석유사업의 의존도를 줄이고 신사업 공략을 가속화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김영대 SK이노베이션 그린성장기술팀장은 ‘2023 석유컨퍼런스’에서 “UN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코르시아 규제를 통해 2027년부터 SAF 사용을 의무화한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SAF 산업은 초기 시장을 빠르게 형성할 것으로 보고 있고 SAF의 가격은 기존 제트 연료 대비 약 3배 정도 높은 프리미엄이 붙을 것으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정유사들은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지만 지난해 말부터 정제마진의 축소로 인해 올해 상반기까지 고전하는 등 변동성에 취약하다”며 “각 사들의 미래 먹거리 시장 선점을 위한 움직임은 더욱 기민해질 전망이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