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장기화에 고전하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에서 내세운 화두는 ‘신성장 동력 육성’을 통한 수익성 개선이었다.
당분간 불확실한 경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체질 개선 노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7일 석유화학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자급률 확대, 수요 감소 영향으로 석유화학의 혹한기가 길어지고 있다. 업체들은 한계 사업 정리와 동시에 신성장 동력 투자를 통해 돌파구 찾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전일 제48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향후 청정 암모니아 관련 신규사업 추진을 위한 ‘수소 및 수소화합물 등의 제조, 판매 및 관련 용역의 제공 등 부대사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롯데케미칼은 주총에서 “사업, 전략 방향을 빠르게 재정립하고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할 것”이라며 “현금흐름 중심 경영을 통해 재무적 안정성을 견고히 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고부가 제품 확대와 친환경 제품 전환을 통해 2030년 스페셜티 소재 매출 비중을 6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날 주총 이후 이훈기 신임 대표이사는 연내 흑자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면서도 하반기에는 지난해보다 소폭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익성이 악화한 범용 석유화학 사업 비중은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밝혔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말레이시아에 있는 대규모 생산기지 롯데케미칼타이탄(LC타이탄)의 매각도 검토 중이다.
이 대표는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해 단기적으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이후에는 신성장동력 육성 재원으로 활용할 것”이라며 “글로벌 사업 역량을 지속적으로 확충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LG화학도 신사업을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늘린다. LG화학은 지난 25일 정기 주총을 열고 3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친환경·전지소재·글로벌 신약 분야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3대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2025년까지 총 10조원을 투자할 방침을 세운 바 있다.
LG화학 역시 여수 나프타분해설비(NCC) 2공장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2공장을 분할한 뒤 쿠웨이트 국영석유공사(KPC)에 지분을 매각하는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석화 시황이 좋지 않지만 3대 신성장동력 투자는 지속하고 있다”며 “투자에 조절은 거의 없고 오히려 일부 투자는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투자의 70% 이상이 3대 신성장동력에 집중될 정도”라며 “전지 소재 쪽 투자가 제일 많다”고 덧붙였다.
국내 경쟁사들에 비해 신사업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금호석유화학도 지난 22일 주총에서 자사주의 50%를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한계사업은 정리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최근 중국 현지 기업과의 라텍스 합작공장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중국의 공격 증설로 판가가 크게 하락한 데다 환경 규제 강화 탓에 수익성 개선이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대신 탄소나노튜브(CNT) 등 신사업 추진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백종훈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사장은 “회사의 3대 성장 방향성인 전기차 솔루션, 친환경 바이오, 고부가 스페셜티를 중심으로 핵심사업의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긴 불황에 석유화학업계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면서도 “결국 준비된 기업이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만큼 차세대 먹거리 육성을 위한 기업들의 투자는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