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 업계가 중국발(發) 설비 증설 속 공급과잉 탓에 좀처럼 침체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황 전반에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각 기업들은 자체적인 생산 조절에 돌입하거나, 사업을 재편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4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여수 2공장 내 에틸렌글리콜(EG)과 산화에틸렌유도체(EOA) 생산라인 일부 가동을 중단하기 위한 박스업(철수 전 정리) 절차에 들어갔다.
공장 측은 재가동 여부나 매각 방침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으나 2공장에서 근무하던 70여 명의 직원이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 재가동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동 중단의 배경에는 수익성 악화가 자리잡고 있다. 가동을 이어갈수록 손해가 불어나는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3분기에만 4136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으며, 연간 누적 영업 손실은 6600억원에 달한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기초화학 생산부문의 원가절감, 수익성 확보를 위한 공장단위의 운영 효율화(Operation Excellence)를 지속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측은 "크래커 가동률 조정에 따라 효율성 제고를 위해 다운스트림 일부 라인의 가동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며 최적의 가동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1년 만에 수장을 교체, '쇄신'에 방점을 찍는 파격적 인사 단행과 함께 저수익 자산 매각과 원가 절감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경영난 타개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영준 롯데 화학군 총괄대표가 기초화학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 제품 비중을 올리는 '체질 개선'을 이뤄낼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LG화학도 올 들어 스티로폼 원료를 생산하는 여수와 대산 공장의 스티렌모노머(SM)와 에틸렌옥시드(EO), EG 생산라인 가동을 줄줄이 중단했다. 최근에는 나주 공장의 알코올 생산을 멈추고 여수 공장으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들은 면담을 거쳐 나주 공장에 남거나 여수, 대산 등 다른 공장으로 재배치될 예정이다. 이는 업계 불황 속 비용 절감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LG화학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석유화학사업본부장에 김상민 전무를, 첨단소재사업본부장에는 김동춘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한편 정부도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원활히 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규제 완화, 세제 혜택과 정책금융 지원 등도 검토 중이다.
석유화학 업계 한 관계자는 "이러한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량 조절이 필수적"이라며 "고부가가치 제품으로의 전환이나 신시장 개척 등 차별화된 전략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