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지오센트릭은 최근 폴리염화비닐리덴(PVDC) 관련 지식 재산권을 중국의 웨이팡야싱케미컬에 넘겼다. 양도 비용은 2000만 달러(약 260억원) 규모였다. 육류 진공포장 등에 쓰이는 PVDC 소재 사업을 접으면서, 재활용 플라스틱 등 신사업에 보다 힘을 주기 위한 취지다.
SK지오센트릭 관계자는 "범용 석유화학 제품에서 친환경 고부가 화학소재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변화가 급속도로 이뤄지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올 하반기 세계 최초 플라스틱 재활용 종합단지 '울산 ARC' 착공에 들어가는 등 친환경 소재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LG화학은 지난 19일 '사업 구조조정'까지 거론했다. 노국래 LG화학 석유화학사업본부장(부사장)은 사업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범용 사업 중 경쟁력이 없는 한계 사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장기 가동 중지, 사업 철수, 지분매각, 합작법인(JV) 설립 등을 통해 사업 구조를 재편하고 이에 따른 인력 재배치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급과잉과 수요부진이 겹치며 석유화학 부문의 적자가 지속되자 LG화학이 유례없이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LG화학은 배터리 소재, 친환경 소재, 혁신 신약 등 3대 신성장 동력의 매출 비중을 2022년 21%(6조6000억원)에서 2030년 57%(40조원)로 높이기로 했다. 기존 범용 사업의 경우 구조조정을 거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C는 기초화학원료 폴리올(Polyol)을 제조·판매하는 자회사 SK피유코어의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SKC는 지난해 회사의 정체성이나 다름없던 필름 사업을 접으면서 1조6000억원을 확보한 적이 있다. 거기에 SK피유코어 매각을 통해 약 5000억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 핵심 소재인 동박 생산량을 현재 연 5만톤에서 2025년 25만톤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은 파키스탄의 고순도테레프탈산(PTA) 생산 판매 자회사의 보유지분(75%) 전량을 현지 업체에 판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1924억원의 '실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케미칼은 이 돈을 '스페셜티 사업 확대 및 친환경 소재 사업군 진출'에 쓸 방침이다.코오롱인더스트리는 원단 사업을 하던 자회사 코오롱머티리얼의 사업 정리에 들어간 상태다. 코오롱머티리얼의 경우 2021년부터 사업중단 수순을 밟았다. 막바지 작업으로 대구공장 매각을 진행 중이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자동차 부품, 광케이블, 우주항공 소재 등에 널리 쓰이는 아라미드 등을 중심으로 핵심 사업을 재편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같은 변신은 국내 업체들의 범용 제품 경쟁력이 낮아진 영향이 크다. 범용 기초소재의 경우 기술 문턱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후발주자들도 쉽게 기술자립을 이룰 수 있다. 특히 값싼 인건비를 앞세운 중국의 기술력이 크게 올라왔다. 또 막대한 석유를 앞세운 중동 업체들 역시 범용 제품을 폭넓게 생산하기 시작했다.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범용 제품의 경우 가격 및 환경 면에서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의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