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051910)이 충남 대산에 국내 첫 VIO(수소화 식물성 오일) 공장을 짓는다. 이탈리아 국영 에너지 기업과 손잡고 수천억 원을 투자해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전 세계에서 탈탄소 요구가 커지는 만큼 안정적으로 바이오 원료를 공급해 친환경 제품을 확대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LG화학은 이탈리아 에니 SM과 충남 대산 사업장에 HVO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한다고 14일 밝혔다. 에니 SM은 이탈리아 최대 국영 에너지 기업인 에니(ENI) 자회사로 HVO 중심의 친환경 연료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양사는 지난 2월 HVO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HOA)에 서명한데 이어 현재는 기술 타당성 및 경제성 평가 등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연산 30만 톤 규모로 2026년까지 완공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수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LG화학 관계자는 "국내에서 원료부터 최종 제품까지 통합 생산이 가능한 HVO 공장이 건설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LG화학은 지난 2021년 단석기업과 HVO 공장을 함께 세우기로 했지만 양사 입장이 달라 무산된 바 있다.
HVO는 폐식용유 등의 식물성 원료에 수소를 첨가해 생산하는 차세대 바이오 오일로 기존 화석연료 대비 90% 이상의 탄소 저감 효과를 낸다. 저온에서도 얼지 않는 특성이 뛰어나 차량용 뿐만 아니라 항공유 및 석유화학 원료로도 사용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정책 및 친환경 항공유·디젤 사용 의무화 등에 따라 더욱 주목 받고 있다. HVO의 세계 시장 수요는 2021년 970만 톤 규모에서 2030년 4000만 톤 규모로 연평균 20%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협력은 친환경 인증 제품 확대를 위한 친환경 원료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LG화학과 차세대 바이오 연료 사업을 아시아 시장으로 확대하려는 에니 SM과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며 진행됐다.
합작법인이 설립되면 LG화학은 HVO 내재화를 통해 바이오 SAP(고흡수성수지)·ABS(고부가합성수지)·PVC(폴리염화비닐) 등 제품 생산에 사용되는 원료 공급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LG화학은 식물성 원료를 활용한 친환경 제품의 지속가능성을 입증하는 대표적인 수단인 ISCC Plus 국제 인증 제품을 현재 50여개 이상으로 확대했다.
에니 SM은 유럽을 넘어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는 동시에 합작공장 설립에 따른 HVO 생산능력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이번 협력으로 친환경 인증 제품 확대를 위한 안정적인 원료 공급 기반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며 “친환경, 저탄소 원료로의 전환을 지속 추진해 탄소 감축 분야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