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석유 파동 우려가 지속되며 하반기 세계 석유 수급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유가는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전쟁이 중동 지역 전반으로 확산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1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전날 거래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배럴당 1.29달러 하락한 81.02달러에, 북해산 브렌트(Brent)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0.04달러 하락한 87.41달러에 마감했다. 중동산 두바이(Dubai)유는 전일 대비 배럴당 1.80달러 하락한 88.0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석유공사
앞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 초기에 상황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가 폭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이같은 지정학적 긴장에도 이번주 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격화에도 중동산 원유 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으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프리미엄이 감소한 영향이다. 전쟁 심화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이란 등 주요 중동지역 원유생산국들은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다.
10월 31일 기준 WTI 가격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침공하기 전날인 10월 6일의 배럴당 82.79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억류 중인 외국인 인질들을 앞으로 며칠 내로 석방할 것이라고 발표하면서 중동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완화되며 이날 유가는 하락했다. 또 중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 지표가 부진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게 될 경우 유가가 폭등할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데이비드 켈리 JP모건 애셋매지니먼트의 최고 글로벌 스트래티지스트는 “이스라엘과 가자지구에서의 끔찍한 사태에도 불구하고 유가는 대체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성장세가 부진해지면서 중동 지역 갈등이 확산하지 않는 이상 이름 흐름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세계은행은 4분기 유가를 배럴당 90달러로 전망하면서도 중동 분쟁이 심화하면 유가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은행은 최근 ‘원자재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충돌이 다른 중동 지역으로 번지면 석유 공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처럼 주요 산유국이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석유 금수에 나설 경우 원유 공급이 하루 600만~800만배럴까지 줄면서 유가가 56~75% 올라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