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출처=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출처=롯데케미칼]

한국·일본·중국에서 신규 나프타 크래커(NCC) 건설이 제한되고 노후 설비 폐쇄가 본격화, 내년 이후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수급 안정성이 갈림길에 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 측에 여수 NCC 통합 논의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정부의 설비 감축 압박 속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대한유화–SK지오센트릭 등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사업 재편 시나리오를 짜며 구조조정을 구체화하고 있다.

■亞 석유화학 시장, 8월 소폭 회복

9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아시아 지역 내 석유화학 시장은 겨울 농사용 PE·PP와 FW(가을·겨울) 소재 폴리에스터·스판덱스 수요가 본격 늘면서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대표 제품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2분기 톤당 190달러에서 7월 톤당 203달러, 8월 214달러로 상승했다. 다만 미국 상호관세 부과로 주요 내구재 생산업체들이 완제품 생산을 꺼리면서 개선 폭은 제한적이다. IT소재 원료인 ABS 플라스틱의 중국 가동률은 8월 71%로 정상 수준인 80~85%에 크게 못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석유화학, 대형 통폐합으로 재편 신호탄"

한국 정부는 270만~370만톤의 NCC 설비 폐쇄 의지를 공식화했다. 국내 석유화학 주요 구조조정 시나리오에 올라 있는 사례 중에서는 HD현대와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이 주목된다. 업계에 의하면 롯데케미칼 노후 설비(115만톤)는 HD현대케미칼에 양도 후 폐쇄하고, 2021년 가동한 HD현대케미칼(85만톤) 설비만 운영하는 방안이다.

HD현대오일뱅크가 현금 또는 현물출자를 통해 HD현대케미칼 지분 10% 추가 매입, 현재 60:40 지분율을 50:50으로 조정하는 방식이 될 것이란 예측과 함께 연말에는 여수 여천NCC(YNCC)와 LG화학, 울산 SK지오센트릭 중심의 추가 구조조정도 거론된다.

■中 15차 5개년 계획과 구조조정

중국은 2026~2030년 15차 5개년 계획에서 석유화학 구조조정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 각 지방정부는 20년 이상 설비 운영 계획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시진핑 주석이 언급한 '기업 간 무질서 경쟁 관리'가 15차 계획 핵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외신에 의하면 중국은 2026년부터 신규 에틸렌 크래커 건설 허가 제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실화할 경우 2030년 이후 글로벌 공급과잉 완화에 기여할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동북아 지역의 에틸렌 설비 중단 계획은 수급 안정성을 가늠할 중요한 변수로 보고 있다. 일본 Eneos㈜는 98만톤 폐쇄를 발표했으며, 일본은 2026~2027년 에틸렌 190만톤 가동 중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중국은 5400만톤 캐파 중 약 230만톤(4.5%) 규모 설비 철수가 예상된다. 한중일 폐쇄 규모 790만톤과 신규 가동 설비 800만톤이 거의 상쇄되며 연평균 수요 증가 200만톤을 감안할 경우, 수급 여건은 올해 보다는 더욱 개선될 것이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분기 바닥을 기록했던 화학 업종의 펀더멘털은 회복세"라며 "한중일 구조조정과 중국 15차 5개년 계획 결과가 향후 글로벌 석유화학 시장 방향성을 좌우할 핵심 요인으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내년 이후 신규 설비 제한과 철수 조치 현실화 여부가 공급과잉 완화와 가격 안정의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신홍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구조조정으로 없어질 국가별 설비 규모는 한국 270만~370만 톤, 일본 240만 톤, 중국 742만~1133만 톤 등으로 집계됐다"며 "동북아 4개국 NCC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7675만 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계획된 증설 등을 고려하면 구조조정에 따른 동북아 4개국 NCC 설비 규모는 2027년 8612만~9003만 톤에 이를 것"이라며 "국내 화학업체들은 NCC 설비 폐쇄로 잉여 생산량이 줄고 가동률이 높아져 원가가 개선돼 실적을 개선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