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화학 시장의 최대 수요처이자 경쟁국 중국이 탄소 배출 규제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중국 정부가 석유화학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집약 산업에 대한 탄소 배출 보고를 의무화하고 국가 탄소 시장 확대를 공식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로 고전 중인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구조적 변화도 요구된다.
13일 블룸버그 통신과 중국 현지 외신에 따르면 중국 생태환경부(MEE)는 석유화학, 화학, 유리, 제지 등 주요 산업군 중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만6000톤(t)을 초과하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오는 3월 말까지 배출량 보고를 완료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오는 2027년까지 국가 탄소 시장을 전 산업으로 확대하려는 중국 정부의 로드맵 중 핵심 단계다. 그간 중국 석유화학 제품은 느슨한 환경 규제를 바탕으로 한 ‘저가 공세’로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을 압박했다.
하지만 중국 내 탄소 배출권 거래가 본격화되면 중국 기업들도 ‘탄소 비용’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들은 중국과의 가격 경쟁력 격차를 좁히고 기술적 우위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회복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당장 중국 내부의 산업 구조 변화는 국내 업계에 위기로 다가오고 있다.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2021~2025년 중국의 ‘신에너지’ 부문 매출은 51% 급증한 반면 석탄·석유·화학 등 ‘에너지 집약적’ 부문의 매출은 소폭 감소했다.
중국은 자국 탄소 시장 발전을 통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국제적 규제가 자국 수출에 미칠 영향을 상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 녹색금속인증센터 측은 중국의 탄소 가격 체계가 확립되면 알루미늄 등 주요 수출품에 대한 EU의 과세 압박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중국은 전통적인 범용 화학 제품 자급률을 높이는 동시에 수요 자체를 친환경 중심으로 재편하면서 기존 대중국 수출 모델도 한계에 봉착했다.
중국이 자체적인 ‘탄소 주권’을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단순히 비용 절감을 넘어 제품의 전 생애주기 탄소 배출량을 관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우리나라 역시 자체 탄소 배출권 거래제(K-ETS)를 운영 중이지만, 글로벌 표준 전쟁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쥐게 될 경우 우리 기업들은 이중 규제의 덫에 빠질 수 있는 만큼,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인증 체계를 선제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이 탄소 가격 체계를 고도화하면 단순 가격 경쟁 구도에 변화가 올 것"이라며 "앞으로는 원가 경쟁이 아니라 저탄소 공정 전환 속도와 국제 인증 확보 여부가 수출 경쟁력을 좌우하게 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