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센스가 '일상을 밝히는 혁신(Innovating a Brighter Life)'을 주제로 'CES 2026'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과 스마트 홈 제품을 공개했다. [출처=하이센스]
하이센스가 '일상을 밝히는 혁신(Innovating a Brighter Life)'을 주제로 'CES 2026'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신 디스플레이 기술과 스마트 홈 제품을 공개했다. [출처=하이센스]

한국 가전 기업과 중국 가전 기업들 간 수익성 격차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가전 분야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워 시장 사수에 나섰지만,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와 탄탄한 제조 생태계로 뒷받침된 중국 기업들을 막는 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한국 가전, 매출 제자리…이익률 격차↑

20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작년 3분기 누계 기준 삼성전자 가전 파트의 영업이익률은 1%가 채 되지 않는다. LG전자의 상황은 이보다 낫지만 고작 2.84%에 그친다.

중국 기업들의 침공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비스포크’, ‘시그니처’, ‘오브제 컬렉션’ 등 프리미엄 브랜드로 고부부가치 전략을 내세웠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가전 매출액은 2022년 60조6400억원에서 2024년 56조5000억원으로 오히려 떨어졌으며, 2025년 매출액도 전년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는 같은 기간 45조6221억원에서 48조4324억원으로 소폭 상승했으나, 작년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전자, LG전자, 하이얼, 메이디, 하이센스, TCL의 영업이익률 추이. 2025년은 3분기 누계 기준, 단 하이센스와 TCL의 2025년 영업이익률은 상반기 누계 기준. 해신과룡전기는 하이센스의 백색가전 부분이며, 해신시상과기는 하이센스의 TV사업 부문이다. [출처=진운용 기자]
삼성전자, LG전자, 하이얼, 메이디, 하이센스, TCL의 영업이익률 추이. 2025년은 3분기 누계 기준, 단 하이센스와 TCL의 2025년 영업이익률은 상반기 누계 기준. 해신과룡전기는 하이센스의 백색가전 부분이며, 해신시상과기는 하이센스의 TV사업 부문이다. [출처=진운용 기자]

반면 중국 가전 기업들의 성장은 매섭다. 중국의 대표적 가전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하이얼, 메이디, 하이센스, TCL의 합계 매출액은 2022년 163조7825억원에서 198조1659억원으로 21% 성장했다.

더욱이 영업이익률은 하이얼이 2022년 7.33%에서 8.01%로, 메이디가 10.06%에서 11.44%로, 하이센스가 4.76%에서 5.65%로, TCL이 1.98%에서 3.21%로 상승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 지원도 옛말, 자체 역량으로 홀로서기 성공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국내 가전업체 고위 관계자는 “중국이 로봇도 잘 만들고 제조업 기술력이 뛰어난데, 가전 제품이 완제품이란 특성상 기술력을 따라잡기 더 쉽다”며 “한국 가전과 비교했을 때 품질이 사실상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가 도움을 주고, 매출 중 내수 비중이 높아 물류 비용이 적게 들어 수익성이 높은 것 같다”고 진단했다. 냉장고, TV, 세탁기 등 가전 기기들은 부피가 크고 무거와 해외 물류 비용이 인건비보다 많이 든다. 중국 업체들은 전체 매출에서 자국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국 기업보다 높아 물류 비용 비중이 낮아 수익성이 더 높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로봇청소기 업체 '드리미'는 세탁기, TV, 청소기 등을 만드는 종합가전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드리미가 CES 2026에서 선보인 세탁기와 건조기. [출처=진운용 기자]
중국의 로봇청소기 업체 '드리미'는 세탁기, TV, 청소기 등을 만드는 종합가전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사진은 드리미가 CES 2026에서 선보인 세탁기와 건조기. [출처=진운용 기자]

그러나 중국 업체들이 이미 전 세계 가전 시장 대부분을 차지했고,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영역이 아니라 중국 정부의 지원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김경환 하나증권 중국 전문 연구원은 “각 성마다 대출, 공장 부지 등 유무형 지원이 있을 수 있으나, 그 규모가 줄어드는 추세”라며 “가전 기업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어 항공우주·반도체 영역과 같은 첨단 산업 육성정책에선 지원이 제외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BOE 등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지원도 줄어들고 있어 가전 기업을 굳이 과거처럼 지원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또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베트남, 멕시코, 인도, 미국, 폴란드 등 전 세계 곳곳에 현지 공장을 구축해 놓은 상태라 영업이익률의 차이를 물류비에서만 찾을 수도 없다.

원재료부터 완제품까지 제조업 밸류체인 경쟁력 압도적

업계에선 한국 가전 기업과 중국 가전 업체들의 수익성 차이가 규모와 제조업 생태계란 근본적 차이에서 와 극복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한다.

우선 규모의 경제에서 오는 이점을 무시할 수 없다. TV 시장의 경우 매년 전 세계에서 2억대가량 팔리는데, 그중 프리미엄 시장은 고작 2000만대에 그친다. 나머지 1억8000만대 이상이 중저가 라인으로, 이 시장을 사실상 중국이 지배하고 있다. 국내 전자 파트 담당 한 애널리스트는 “전체 시장에서 보면 프리미엄 제품의 비중은 매우 작다”며 “보급형 시장을 중국이 꽉 잡고 있어 생산 물량이 워낙 많아 원재료를 구입할 때 훨씬 유리한 조건으로 구매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출처=하이센스 홈페이지 캡처]
[출처=하이센스 홈페이지 캡처]

이어 “TV라면 패널이 원가 비중이 클 거고, 가전이라면 철강, 구리, 플라스틱 등이 비용의 대부분을 차지할 텐데 중국이 디스플레이 패널, 철강, 플라스틱 등을 모두 점령하고 있어 원재료 소싱을 훨씬 저렴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전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4.7%다. 철강 역시 시장의 절반 이상을 공급 중이며, 플라스틱의 기본 원료를 생산하는 석유화학은 공급과잉으로 인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중국 가전 기업들의 매출 규모가 계속 커지고, 정부 중심으로 제조업 전반의 밸류체인을 강화하고 있어 한중 가전 기업들의 수익성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선 고위 관계자는 “이제 어느 나라든 하드웨어만 팔아선 중국을 이길 수 없다”며 “인공지능, 콘텐츠, 서비스 등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이비엔(EBN)뉴스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