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된 간판이 걸려 있다. 이란과의 장기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어 휘발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출처=연합뉴스]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한 주유소에 휘발유 가격이 표시된 간판이 걸려 있다. 이란과의 장기 전쟁으로 전 세계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어 휘발유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원유 가격이 급등했다. [출처=연합뉴스]
이란을 둘러싼 중동 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그동안 지정학적 위기에도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던 석유 시장이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 원유 기준물인 Brent Crude(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분쟁이 본격화한 이후 8% 상승해 배럴당 약 78달러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특히 주목하고 있다. 첫째는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인 하루 2천만 배럴이 통과하는 Strait of Hormuz(호르무즈 해협)에서 장기간 운송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다. 둘째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요 산유국의 생산 시설이나 수출 인프라가 타격을 입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최악의 경우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는 Russia의 Ukraine 침공 직후 기록했던 고점 수준이다. 특히 수리가 어려운 수출 터미널이 공격받을 경우 시장 충격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과거에도 중동 지역 석유 시설이 공격받은 사례는 있었지만, 시장 영향은 제한적이었다. 2019년 Abqaiq 등 사우디 핵심 석유 시설이 타격을 입었으나 공급 차질은 단기간에 복구됐다. 이 때문에 시장은 지정학적 리스크에 비교적 무덤덤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번에는 미국이 이란에 대해 정권 교체 압박까지 거론하는 등 갈등 수위가 한층 높아졌다는 점에서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인근 상선들을 공격하고 사우디 주요 정유시설을 타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이 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기는 어렵더라도, 기뢰 설치나 선박 위협 등으로 통항 위험을 높여 사실상 운송을 마비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문제는 공급 차질을 대체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활용 가능한 대체 파이프라인 용량은 하루 420만 배럴 수준에 그친다. 평소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물량의 일부에 불과하다.
Organization of the Petroleum Exporting Countries(OPEC)와 주요 산유국들은 최근 증산을 진행해왔지만, 실제 생산 여력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이들은 4월부터 하루 20만6천 배럴을 추가 증산하기로 합의했으나, 생산 설비 제약으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여유 생산능력의 상당 부분을 보유한 사우디와 UAE 역시 원유를 수출하려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중국의 역할도 변수다. China는 제재 대상 원유를 저가에 매입해 비축해왔다. 유가 급등 시 구매를 줄이면 완충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반대로 추가 비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해상에 떠 있는 제재 원유는 약 3억7500만 배럴로 추산된다.
United States는 세계 최대 산유국이지만, 셰일오일은 단기간에 증산 가능한 ‘여유 생산능력’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생산 확대에는 수개월이 걸린다. 전략비축유(SPR) 방출도 한계가 있다. 미국은 하루 최대 140만~210만 배럴을, 다른 IEA 회원국들은 하루 약 520만 배럴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지만, 이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하루 2000만 배럴에 비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고유가가 미국과 이란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해 갈등을 억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의 군사적 긴장 고조는 양측이 시장 예상보다 더 큰 위험을 감수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