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위치한 160만㎡(48만평) 규모의 여천NCC 공장 2사업장 전경. [출처=여천NCC]](https://cdn.ebn.co.kr/news/photo/202508/1673927_690109_1654.jpg)
국내 3위 에틸렌 생산업체 여천NCC가 자금난에 몰리며 부도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공동 최대주주인 DL그룹과 한화그룹이 정면으로 맞서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전반과 여수 지역 경제에 중대한 변수가 되고 있다.
장기 불황에 시름하는 석유화학 업계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과 석유화학 업계에 따르면 여천NCC는 이달 말까지 3100억원의 자금이 부족한 상황이다.
특히 오는 21일까지 필요한 현금을 확보하지 못하면 회사채 상환 불이행, 즉 디폴트에 직면한다. 불과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이지만 최대주주인 DL케미칼과 한화솔루션의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DL그룹 지주사인 ㈜DL은 이날 긴급이사회를 열어 DL케미칼에 대한 자금 확충 안건을 논의한다. 그룹은 여천NCC 운영 전반에 대한 포괄적인 개선 방안을 검토한 뒤 지원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여천NCC는 1999년 DL케미칼(구 대림산업 화학부문)과 한화솔루션이 각각 50% 지분을 보유해 설립한 합작사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기존 회사채 상환 압박이 가중되면서 자금조달 길이 완전히 막혔다. 한화솔루션은 지난달 말 1500억원의 긴급 투입을 결정했지만, DL케미칼은 '불투명한 경영 구조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며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해 왔다.
양측의 갈등은 지난해 말 종료된 에틸렌 장기 공급계약에서 비롯됐다. DL은 한화 측이 자사 계열사에 지난해보다 5~6% 낮은 가격으로 에틸렌을 공급하도록 계약을 변경해 여천NCC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었다고 주장한다.
반면 한화는 "여천NCC 설립 이후 DL 측이 2조2000억원 이상을 배당으로 가져간 뒤 위기 국면에서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경영"이라며 맞서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내 최대 석유화학 집적지인 여수산업단지의 고용과 협력업체 생존에도 직결된다. 여천NCC는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이 230만 톤에 달하는 핵심 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가동 중단 시 원재료 공급 차질이 산업 전반에 파급될 수 있어서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여천NCC는 여수산업단지 핵심 기업으로 부도 시 지역경제와 국가 산업 경쟁력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