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기 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석유화학제품 수요 회복에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실적 부진 장기화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나이스신용평가는 올레핀 범용제품 비중이 높은 기업들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을 하향 조정했다.
1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석유화학사 2024년 상반기 정기평가 결과’ 보고서에서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신용등급은 ‘AA/N’에서 ‘AA-/S’로, SK피아이씨글로벌은 ‘A/N’에서 ‘A-/S’로 하향했다. 효성화학도 신용등급이 ‘A-/N’에서 ‘BBB+/N’으로 떨어졌다.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HD현대케미칼, SK어드벤스드는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Negative)’으로 하향 조정됐다. 그 외 회사들의 신용등급은 2023년과 동일하게 유지됐다.
나신평은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올레핀계 범용 제품 비중이 높아 수익성 개선이 제한적이고, 신규 투자 등으로 차입금 부담이 증가하거나 저하된 재무안정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들의 등급을 하향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비우호적인 산업환경 아래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부진한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올레핀계 범용제품은 공급과잉이 지속되며 당분간 저조한 수익성이 유지될 전망이다. 프로필렌의 경우 2024년 이후에도 당해 증설 규모가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저조한 업황이 타 제품 대비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틸렌은 2024년 중 당해 증설분이 수요 증가분을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나 2019년 이후 누적된 증설 규모가 큰 상황이다. 또 2025년~2027년 사이 계획된 중국·중동발 증설 프로젝트 규모는 동 기간 중 수요를 크게 초과하는 과도한 수준으로 수급 상황이 2024년 이후 더욱 저하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김서연 연구원은 “역내 구조적인 공급과잉이 상당 기간 지속되며 올레핀계 제품 스프레드는 과거 대비 저조한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의 내수경기는 부진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수요 둔화에 따라 지난해 국내 석유화학사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약 935만톤으로 전년(994만톤) 대비 6% 감소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자동차, 가전 등 소비재 신제품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이구환신(以舊換新) 정책 등 민간 소비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을 감안할 때 본격적인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다.
김서연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의 부양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 개선에 따른 석유화학 제품 수요 회복이 현재의 예상 시점 대비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 업체 대비 높은 원가구조 등으로 사업경쟁력이 약화함에 따라 향후 수급 상황이 개선되더라도 이익 창출력이 과거 호황기 대비 미흡한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2026년 이후 원가경쟁력이 중국보다도 우수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동 설비들이 가동되기 시작한다면 한국 NCC(나프타분해설비) 역시 과거 일본의 경우와 유사하게 유휴설비 통합·축소 등 구조조정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