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전기차 배터리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불황에도, 고객사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순항 중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중장기적 미래 성장성에 무게를 두고, 글로벌 현지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4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제너럴모터스(GM)와 미국 인디애나주에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2027년 양산을 목표로 35억 달러(약 4조6000억원)를 투자해 연산 27기가와트시(GWh)의 생산공장을 건설하고, 이후 연산 규모는 36GWh까지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삼성SDI-GM 합작공장은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의 고성능 하이니켈 각형 배터리를 생산하고, 향후 출시될 GM 전기차에 탑재할 계획이다.
양사는 지난해 3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세부 논의를 지속해 온 바 있다. 특히 양사 경영진은 이번 투자를 기점으로 지속 전략 협력을 늘려갈 방침이다.
최윤호 삼성SDI 사장은 "북미지역 1위 완성차업체 GM과 지난해 협약 체결 이후 굳건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도할 프리미엄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초격차 기술력을 담은 PRiMX 배터리 제품으로 GM이 전기차 시장 리더십을 강화하는데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합작법인(JV) '스타플러스 에너지(SPE)' 설립에 이은 공장 건설도 순조롭다. 미주 내 P6 배터리의 공급을 확대하고 SPE 조기 양산을 통해 실적 개선과 미래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첫 전기차용 배터리 셀 ·모듈 합작법인의 부지를 인디애나주 코코모시로 선정하고 25억달러 이상 투자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며 "SPE 1공장은 2022년 말 착공에 들어가 기존 2025년 1분기 가동을 목표로했으나 현재 조기 양산을 추진 중"이라고 전했다. 2공장(34GWh)은 2027년 초 가동이 목표다. 이에 따라 2027년 전후 삼성SDI의 북미 내 생산 능력은 100GWh 안팎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SDI는 2022년부터 2년 간 헝가리 괴드 2공장에 대한 라인 증설을 진행, 중대형 배터리 생산 거점 전초기지 마련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재 주력 제품인 프라이맥스(PRiMX) 각형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삼성SDI는 오스트리아에 배터리 팩 공장을 가지고 있다. 이곳은 지난 2015년 전장부품 기업 마그나의 배터리 팩 자회사인 마그나슈타이어배터리시스템즈를 인수, 운용하게 됐다. 오스트리아법인은 헝가리 법인과 함께 유럽 주요 고객들과의 접근성을 높여 시너지를 내고 있으며 셀-모듈-팩에 이르는 배터리 밸류 체인을 갖추며 역량을 키워가고 있다.
향후 크게 성장할 '원형 배터리' 수요 대응을 위한 작업도 이뤄지고 있다. 1조7000억 원을 투자해 건설하는 말레이시아 스름반(Seremban) 2공장은 2025년 최종 완공될 예정이며, 2024년부터 '프라이맥스(PRiMX) 21700' 원형 배터리를 양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전반적인 전기차 시장 침체 속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경쟁사와 달리, 삼성SDI는 현시점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잇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시설투자에 투입한 금액도 3조 7503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상반기 투자 규모(1조 5651억원)를 크게 웃돌 뿐만 아니라, 2023년 한 해의 투자액(4조 3447억원)과도 견줘 비슷한 수준이다.
정원석 iM증권(옛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독일,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의 보조금 지원 중단 영향으로 유럽 전기차 수요 둔화세가 뚜렷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과의 점유율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높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고객사를 확보하며 중장기 실적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