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2기가 출범하면서 정유·화학업계를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정부 재집권으로 미국의 친환경 기조는 둔화하고 화석연료의 역할이 확대될 거란 이유에서다.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發)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국내 정유업체들의 글로벌 공급망이 한층 안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번진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12일 기준 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 등 국내 석유화학 4사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전년 동기 대비 모두 줄거나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LG화학은 2023년 1조8523억원이던 연간 영업이익이 35.01% 급락하면서 지난해 1조203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을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기간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규모가 3477억원에서 7643억원으로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화솔루션은 연간 영업이익 6045억원에서 지난해 40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연간 실적이 적자로 전환하고, 금호석유화학은 연간 영업이익이 3590억원에서 3209억원으로 10.6% 줄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석유화학업계는 트럼프 집권 2기로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트럼프는 그동안 탈탄소와 그린 뉴딜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는 기후 위기를 "역사상 최악의 사기"라고 치부하면서 재생가능 에너지 확대 정책에 반대했다. 화석 연료 기반 에너지 산업의 규제 완화와 활성화 필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
특히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을 여러 차례 언급하며 석유와 석탄, 가스 등 화석연료 활성화를 강조해 왔다.
삼정KPMG가 낸 '트럼프 당선과 국내 산업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체제 내 에너지 산업은 화석 연료 생산을 늘리고, 파리 기후협약 재탈퇴 등 친환경 정책을 약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정KPMG는 "글로벌 원유 및 천연가스 공급 증가로 원유와 가스 가격은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며 "기후변화 대응 기조 완화로 한국 기업의 ESG 관련 부담은 축소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 경우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나프타 등을 활용한 석유제품의 원가 경쟁력 확보는 한층 수월해질 가능성도 있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트럼프2.0의 정책은 한국 NCC의 원가부담 경감과 경쟁국의 원가 우위 상실로 이어질 가능성 높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란에 대한 압박이 재개되며 이란의 원유 수출이 다시 급감하고, 종전에 따른 러시아 제재가 다소 완화된다면 저렴한 러시아·이란산 원유·납사를 받아쓰는 중국과 대만의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경쟁력은 다소 약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유업계, 수익성 개선 기대감…"친환경 투자 부담 축소가 우호적 영업환경 제공"
정유업계도 트럼프 귀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트럼프가 '전통 에너지로의 회귀'를 강조해 온 만큼 장기적으로 업계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법무법인 지평은 최근 ‘트럼프 당선이 한국 경제 산업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오일 생산 확대, 석유 업체에 대한 규제 및 세금 완화, 연방 토지 내 시추 허가 확대 등 화석연료 에너지 기반의 에너지 산업 지원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제 유가 하향 안정화 예상 된다"며 "친환경 투자 부담 축소가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우호적 영업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가 원유 증산에 들어가면 유가 하락으로 국내 정유사들은 일시적으로 재고평가손실을 볼 가능성도 나온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정제마진이 상승해 수익선이 개선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연료유 중심의 석유 제품 수요가 장기화하면 한국의 정유산업은 안정화된다"며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감소하고 현금 흐름이 개선되며 국내 정유사들의 재무 부담도 완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유가 하락이 단기적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영업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유가가 급락하면서 큰 폭의 재고 관련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GS칼텍스)는 올해 3분기 정유부문에서 합계 1조953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사 중 가장 큰 6166억원의 적자를 냈다. 에쓰오일은 5737억원, GS칼텍스 5002억원, 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부문 적자도 2634억원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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