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개선과 현금 흐름 개선이라는 특명을 떠안은 '롯데케미칼'이 첨단소재 라인 가동률을 끌어올리면서 체질 개선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다. 부진의 늪에 빠진 기초화학 라인의 가동률을 줄이는 대신 첨단소재 부문의 가동률을 높이는 데 성공, 포트폴리오 개편과 장기 수익성 강화를 위한 디딤돌을 마련하게 됐다.
22일 화학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첨단소재 부문 ABS(고부가합성수지) 가동률은 2023년 말 79.8%에서 지난해 3분기 85.5%까지 상승했다.
같은 기간 PC(폴리카보네이트) 라인 가동률은 97.1%에서 98.7%까지 올랐고, 인조대리석은 84.2%에서 86%로 상승세를 보였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 매출 비중을 2023년 기준 60%에서 2030년까지 30% 이하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가 위축되고 중국발(發) 공급과잉으로 실적 부진이 지속되자 매출 비중이 높은 기초화학 부문의 자산을 경량화 하기로 했다.
이를 대신해 첨단소재와 정밀화학·전지소재·수소에너지 등의 사업 비중을 높여 장기 수익성을 개선하겠단 목표를 세웠다. ABS와 PC 등 기능성 첨단소재 사업을 확장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고부가가치를 이끌어 낼 신성장 사업을 고도화하겠단 계획이다.
첨단소재 라인의 가동률이 상승하면서 기초화학 라인의 가동률은 하락했다. NC(나프타 크래커)의 경우 지난해 말 대비 올 3분기 가동률은 87.8%에서 81.8%로 떨어졌다. 외에도 △BTX(벤젠, 톨루엔, 자일렌) 70%→56.6% △PIA(고순도 이소프탈산) 85.5%→73.2% △PE(폴리에틸렌) 93.4%→90.2% △PP(폴리프로필렌) 92.2%→89.1% △PET(페트) 69.7%→50.2% 등의 라인 가동률이 모두 하락했다.
공장 가동률 조정과 함께 재고자산 관리도 성공했다.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 규모는 2022년 2조5488억원을 시작으로 2023년 말 2조8017억원, 지난해 2분기 3조791억원까지 급증했다가 같은해 3분기를 기점으로 2조8589억까지 줄었다.
■ 3조원 수준 재고자산은 숙제…'현금흐름 중심의 경영' 추진 부담
다만 역대급 업황 악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 재고자산 규모는 다소 부담스럽다. 3조원대 안팎의 재고자산 규모가 지속될 경우 이영준 사장이 올해 목표로 내건 '현금흐름 중심의 경영'을 실현하는 데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앞서 이 사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진행 중인 사업구조 전환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현금흐름 중심의 엄중한 경영을 유지할 것"이라며 "실효성이 있고 검증된 사업 변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사업 관점에서 화학 소재의 개발, 생산, 물류, 재고, 시장 판매에 이르는 공급망을 단계별로 분석하고 경쟁력 혁신 목표를 설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재고자산 리스크가 이어진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늘어난 운전자본 부담에 영업활동현금흐름이 둔화하는 악순환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현재 롯데케미칼의 재고자산은 업황 호황기 말미였던 지난 2017년(1조5360억)과 비교해 약 1조3000억원 이상 차이가 난다.
한편 증권가에서는 롯데케미칼이 지난해 4분기 1558억~1987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를 지속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이대로라면 지난 3분기 기록한 영업손실액 4136억원 대비 적자 폭은 2578억원 가량 감소하게 된다. 특히 첨단소재 부문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9.6% 늘어난 418억원을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은 고무적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석유화학 업황이 지난해보다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롯데케미칼 연간 영업손실은 8713억원으로 3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하겠다"며 "올해에도 연결 기준 1287억원 손실로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하반기로 가면서 NCC(나프타 분해설비) 증설물량 감소와 중국 부양책 누적 효과 출현 등으로 수급 균형은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유가(납사) 역시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는 판단"이라며 "올해 이익 체력은 뚜렷한 상저하고로 예상하며 연간으로도 2024년보다는 좀 더 나은 모습을 볼 수 있겠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