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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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중국의 해외 원유 수입 규모가 2017년 10월 이후 약 8년여 만에 가장 낮은 수치로 떨어졌다. 이란 전쟁 발발로 페르시아만 일대의 핵심 원유 공급망이 타격을 입은 가운데, 중국 정부가 무리한 대체 물량 확보를 자제한 결과다.

11일 블룸버그통신 등 중국의 5월 원유 수입량은 약 3천300만톤으로 집계됐다. 이를 하루 수입량으로 환산하면 약 780만배럴 수준에 불과하며, 2025년 기준 연평균 수입량인 하루 1천160만배럴과 비교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이란발 지정학적 위기와 중국의 원유 수입 절벽 현상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중동발 공급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선 국내 정제소의 가동률을 대폭 낮추고 석유 제품의 해외 수출 물량을 통제하는 한편, 기존에 확보해 둔 대규모 비축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의 소극적인 원유 매수 기조는 글로벌 유가 시장의 가격 상승 압력을 방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발 수입 둔화 흐름이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향후 수개월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한다.

중국은 전시 상황에서도 국가 주도의 전략 비축유 물량은 꾸준히 늘리고 있다. 반면 일선 민간 및 국영 정제업체들은 고가의 신규 원유를 수입하는 대신 자체 보유 재고를 우선 소진하며 버티기에 돌입한 상태다.

국내 연료 공급망의 안정을 최우선으로 삼는 전시 통제 조치에 따라 중국 국영 정제업체들의 원유 처리율은 사상 최저치로 추락했다. 국내 수급을 맞추기 위해 휘발유 등 주요 석유 제품의 해외 수출 역시 엄격하게 제한을 받으며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중국 내 독립 민간 정제업체들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이란산 원유의 반입량도 급감했다. 미국의 강력한 대이란 제재와 주요 항구 봉쇄 조치가 맞물리며 물리적인 해상 운송 자체가 막힌 데다, 정제 마진마저 악화되며 수입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지난 4월 말을 기점으로 중국 정제업체들의 수익성 지표는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 이란 전쟁 발발 이전에 대량으로 확보해 둔 저가 원료 재고가 마침내 바닥을 드러내면서 원가 부담이 가중된 결과다.

5월 중국의 전체 석유 제품 수출량은 전월 대비 소폭 반등한 337만톤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수치도 평균치를 크게 밑도는 최저 수준으로, 원유 수입부터 가공 및 수출로 이어지는 중국 석유 산업 생태계 전반이 위축됐다는 의미라는 분석이다.

◆전동화 및 정제 마진 악화가 부른 구조적 수요 파괴

업계에서는 이번 중국의 원유 수입량 급락 사태의 경우 지정학적 변수에 따른 일시적 충격을 넘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구조적 재편을 알리는 중대한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수급 불안 상황에 대처하는 중국 정부의 전략적 태도 변화와 내부 모빌리티 산업의 급격한 체질 개선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중동발 위기 상황에서 중국이 대체 원유를 무리하게 사들이며 국제 유가 폭등을 주도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자국내 재고 소진과 가동률 강제 축소를 통해 국제 시장의 충격을 스스로 흡수하며 글로벌 유가의 ‘완충 지대’ 역할을 수행 중이다.

국가 단위의 전략 비축유는 지속 확충하면서도 기업 단위의 재고 소진을 압박하는 전략은 정교한 에너지 안보 정책의 일환이다. 국가적 위기 대응 능력은 최고조로 끌어올리되, 개별 기업의 외화 유출과 원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은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이와 함께 내연기관 중심에서 전기차로 넘어가는 거대한 모빌리티 전동화 트렌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 중국 내 휘발유 및 경유 판매량이 전년 대비 두 자릿수의 가파른 감소세를 기록한 것은 이러한 구조적 소비 둔화를 이끌고 있다. 

급격하게 확산하는 전기차 보급률은 외부 지정학적 통제 요인이 해소되더라도 중국의 원유 수요가 과거 수준으로 회귀하기 어렵다는 ‘석유 수요 정점론’에 힘을 싣고 있다. 내연차 판매 비중의 축소는 일회성 수요 감소가 아닌 화석 연료 소비의 영구적이고 구조적인 하락을 의미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은 이제 수십 년간 이어져 온 ‘중국의 무한한 원유 수요’라는 낡은 공식을 폐기하고, 수요 파괴가 일상화된 새로운 시장 환경에 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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